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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dnesday, July 29, 2020

'마우스피스', 사생활 침해와 창작의 자유 중 우선은? -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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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마우스피스 '.
연극 '마우스피스 '.
지난 수세기 동안 연극은 시대마다 역할을 달리 하며 존재해왔다. 다양한 매체가 등장하고 분화되는 오늘날 연극의 자리와 역할은 점점 위축되고 있다. 연극 '마우스피스'는 연극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가 삶에 질문을 제시하는 것임을 상기시키는 작품이다.

연극 '마우스피스'는 작가 리비의 내레이션으로 시작한다. 작품은 연극에 대한 연극, 즉 메타연극적인 방식으로 전개된다. 리비는 마치 강의를 하듯 한 인물의 이야기를 스토리텔링 구성에 근거해 설명한다.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극작가 리비, 즉 자신의 이야기다. 그러므로 연극 '마우스피스'는 슬럼프에 빠진 중년의 작가 리비 자신의 이야기일 수도 있고, 극 중 리비가 창작해낸 이야기일 수도 있다. 두 가지 가능성을 열어놓은 채 본격적으로 작가 리비의 이야기가 전개된다.

한때는 촉망받는 유망 작가였던 리비(김여진, 김신록)는 예술계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자신의 반짝이는 재능을 살리지 못한다. 그런 과정이 오래 지속되다 보니 한동안 새로운 작품을 쓰지 못했다. 막막한 리비는 솔즈베리 언덕 끝 벼랑 앞에 선다. 무한히 열려있는 길의 끝, 벼랑 앞에서 삶의 끝을 생각한다. 그곳에서 그림을 통해 막막하고 불행한 현실로부터 도피하고 있는 청년 데클란(장률, 이휘종)을 만난다. 리비는 스스로 자각하지 못하는 데클란의 예술적 재능을 발견하고 북돋워준다. 리비는 데클란의 불우한 삶을 들으면서 새로운 작품 구상을 하고, 자괴감에 빠져 있던 데클란은 자신의 예술혼에 눈 뜨면서 자신감을 찾는다. 길의 끝에서 만난 리비와 데클란은 서로에게 새로운 희망의 길을 열어준다. 데클란의 상처를 공유하다 감정적으로 흔들린 어느 날, 둘은 충동적으로 서로에게 이끌리고 사랑을 나눈다. 청년의 서툰 행동에 리비는 빠르게 이성을 되찾았다.

연극 '마우스피스'.
연극 '마우스피스'.

둘의 관계가 어떻게 발전할지, 이들의 예술 세계가 어떤 행로를 맞게 될지 궁금해지는 순간, '마우스피스'는 관객들의 기대와는 전혀 새로운 방향으로 행로를 바꾼다. 그날 이후 리비는 이성을 차리지만 데클란은 마음을 정리하지 못한다. 그런 데클란을 향해 리비는 그 당시 충동적으로 사랑에 동의한다고 했던 말을 철회한다. 리비는 예술적 동료로만 남고 싶다고 말한다. 그리고 데클란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쓰고 있던 희곡을 보여준다. 데클란의 동의 하에 진행된 작업이었지만 리비의 희곡을 읽은 데클란은 크게 분노한다. 그것은 데클란이 원하는 내용이나 방식이 아니었다. 리비가 사랑의 감정을 철회한 것과 같이 데클란 역시 자신의 이야기로 글을 써도 좋다는 허락을 철회한다. 데클란의 철회 요구에도 불구하고 리비는 희곡을 계속 진행시킨다. 둘의 관계는 틀어지고 리비는 공연을 올려 재기에 성공한다. 길에 끝에서 만나, 서로에게 새로운 삶의 길을 열어주었던 리비와 데클란은 서로에 의해 상처를 받고 또 다시 막다른 길에 서게 된다.

'마우스피스'는 ‘실제 인물의 경험을 소재로 한 작품에서 그 소유권은 작가에게 있는가, 아니면 소재가 된 실제 인물에게 있는가’ 하는 질문을 던진다. 사랑의 감정을 철회한 것과, 실제 삶을 작품으로 써도 좋다는 허락을 철회하는 것은 얼마나 같고 얼마나 다른 문제인가. 연극 '마우스피스'는 해답을 주는 대신 각자의 엇갈린 발언을 연극적 방식으로 전시하는 열린 결말로 질문을 관객의 몫으로 남긴다.

최근 사적 대화를 무단으로 소설에 인용해 문제가 된 사건이 발생했다. 현실에서도 창작품의 소유 문제에 대한 다툼은 종종 발생했다. ‘사생활 침해’와 ‘창작의 자유’라는 모두 지켜야 하는 두 가치가 충돌했을 때 어느 쪽의 손을 들어주어야 할까. 또한 타인의 가난을 전시해서 모금을 유도하는 빈곤 포르노는 정당한가. 그리고 절망이 희망이 되고 그것이 다시 좌절로 치닿는 삶에 대해 다양한 생각을 하게 한다. 연극 '마우스피스'는 해답을 내리기보다는 질문을 던지는 데 목적을 둔다. 배우들의 리얼한 재현을 통해 관객 스스로가 고민하고 답을 찾아가도록 유도한다. 그 답이 하나이지는 않을 것이다.

'마우스피스'는 작품성과 대중성을 모두 추구해온 연극열전8의 두 번째 작품이다. 삶에 질문하게 하는 연극의 역할을 다시 각성시킨 '마우스피스'는 9월 6일까지 아트원씨어터 2관에서 공연한다.

박병성(공연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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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ly 30, 2020 at 08:39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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